8월4면-노여움의 스트레스
- 자연건강
- 2009-12-19 1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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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여움의
스트레스
이 영 규
우리나라도 노인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이제는 노령화 사회로 접어들어 가고 있다고 한다. 노인이 많을수록 갖가지 노쇠증상 때문에 각종 질병도 많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늙는 증상 대체법이란 소책자에는 기억력 감퇴, 불면증 등 28가지의 늙는 증상에 대한 대처 법들을 설명하고 있다. 실제 늙는 증상을 그처럼 모두 대처할 수만 있다면 사람들은 늙지 않고 영생할 수가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실은 노쇠를 늦추어 젊음을 오래 간직해 보자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일 것이다. 거기에는 노쇠하며 치아가 빠지는 증상에 대해서도 설명되어 있다. 비타민C가 풍부한 감잎차를 자주 마셔 잇몸을 튼튼히 하면 충치나 이가 빠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게 되어 늙어서도 먹고 싶은 음식들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자연건강법을 열심히 실천하고 있는 필자의 치아에 고장이 나고 말았다. 물론 어려서부터 장년이 될 때까지 그 당시는 좋다는 사탕을 많이 먹었기 때문에 건강치 못한 치아를 갖고 있엇던 것이지만 그후 자연건강법을 실천하며 비타민 보급을 위하여 감잎차도 많이 마시고 생야채도 많이 먹으면서 균형 잡힌 식생활을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 게다가 칼슘이 될만한 식품도 평소에 꼭 챙겨 먹었다. 그러나 딱딱한 음식을 과식해 온 데다가 칫솔질을 오래하면 좋을 것으로 알고 너무하여 치아가 마모되었던 모양이다.
어느날 아침 냉수를 마시다가 질겁을 하게 되었다. 이가 몹시 시렸기 때문이다. 내 나이 70이 되어 처음 당하는 증상이었다. 찬 것, 신 것, 뜨거운 것 등이 이에 닿으면 참을 수가 없을 지경이 되었다. 나이는 못 속인다지만 조금만 더 일찍 자연건강법을 배워서 생야채도 많이 먹고 감잎차도 마시는 등 자연식을 강도 높게 실천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내 가슴을 짓누른다.
뒤늦게 감잎차를 아주 진하게 하여 마셔보지만 좀처럼 회복이 되지 않는다. 결국 가까운 동네 치과병원을 찾게 되었다. 난생 처음 찾는 치과병원 이었다. 증상을 말한 다음 치료대 위에 앉아 하라는 대로 입을 벌리고 있으려니 신경이 모두 들어 나와 있다면서 의사가 하는 말이 걸작이었다. “그냥 저냥 잡수세요” 하는 것이 아닌가. 고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병원에서 병을 못 고친다? 너무 찬 것 등 자극성 있는 것을 먹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 뿐이었다.
그러니까 이제 다 늙었으니 죽을 때까지 참고 견디라는 말이었다. 못 견디게 되어서 큰맘 먹고 찾아온 치과 병원이 아니던가. 꽤씸한 놈! 하고 마음 속으로 불쾌해 하고 인생이 허무하다는 생각을 하며 병원 문을 나섰다. 그러나 집에 와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는 괘씸한 의사가 아니라 참 솔직한 의사였다. 요즘 세상에 눈감으면 아니 눈을 뜬 사이에도 코 베어가는 세상, 신경을 죽여 금딱지를 씌우고 치료비를 많이 받아낼 법도 한데… 하고 생각하니 잠시만의 그에 대한 나쁜 감정이 후회스러웠다.
언젠가 옛날 차던 시계의 시간이 잘 맞지 않는 것 같아 시계포에 가서 조정해 줄 것을 의뢰하였으나 “그냥 저냥 차세요” 하던 생각이 나서 세상 만물 중에 고물은 다 그렇게 그냥 저냥 쓰다가 버려지게 된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 주는 것이었다.
치과병원에 다녀온 후 나는 한동안 ‘그냥 저냥’ 노이로제, 아니 스트레스에 시달려야만 했다. 이제 나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으니 그 정도야 누구나 다 겪고 사는 것으로 그러려니 하고 가볍게 넘어갈 수도 있으련만 오늘 따라 소견 좁은 내 탓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일찍 치아를 제거한 후 틀니를 만들어 끼웠다 뺐다 하는 노인들에 비하면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 아닌가. 다만 지나간 한 평생이 곧 떨어져갈 단풍잎처럼 추하고 볼품없는 지금의 처지가 허무하게 느껴졌기 때문일 뿐이다.
노령화 사회에 접어든 요즘 우리 주위에는 노인들이 참으로 많다. 그런 말은 젊은이들이 자칫 실수하기 쉬운 말이라고 생각되었다. 몸이 불편하고 노쇠한 어떤 어른들은 자기들을 취생몽사(醉生夢死)감으로나 제쳐둔 것으로 여겨서 노여워 할지도 모른다. 한낱 노파심일까. 흔히 가볍게 쓰는 ‘그냥 저냥’이란 말이 노인들에게는 자칫 노여움의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것으로 삼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문)
[이 게시물은 자연건강님에 의해 2013-06-19 15:53:52 2004년 08월호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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